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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물건에도, 시간에도 용도를 부여하는 일
Date 2022.06.21 / Editor 까치


만년필을 자주 사용합니다. 잉크를 채우고, 팁이 마르지 않게 관리하고, 때로는 잘 세척해서 잉크를 바꾸는 과정은 어쩌면,
차도구를 차려놓고 어떤 차를 마실지 고민하는 시간과 닮아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년 말, 새로 선물 받은 만년필은 조금 특이합니다. 투명한 소재로 만들어져서, 내부에 잉크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어떤 색인지 훤히 보입니다. 이 만년필에는 <무언가 배울 때에만 쓴다> 라는 용도를 부여했습니다. 이미 자주 사용하던 만년필들이 세 자루나 있어서, 잘 쓰지 않게 될까봐 만든 규칙입니다. 

악세사리 -S35L5
악세사리 -S35L9

만년필의 잉크가 쑥쑥 줄어드는 걸 보면서, ‘내가 이렇게나 많이 배웠네!’ 라며 뿌듯해하던 시간도 있었고요. 한동안 쓰지 않아서 펜촉이 다 굳어버린 날들도 있었습니다. 새롭게 배운 것들이 없었던 시간들이 만년필 촉에서 굳어버린 것 같았어요. 

만년필 하나에도 세심한 용도를 부여했더니, 물건을 사용하고 바라보는 제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악세사리 -S35L7
악세사리 -S35L8

자기 전 침대는 책을 읽는 공간으로.
눈을 뜨자마자 마주한 아침은 차를 한 잔 마시는 시간으로.

그렇게 공간과 시간에 용도를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일상이 촘촘할수록, 단단해진다고 믿거든요 :)

오늘도 만년필을 사용하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차와 닮은 삶’ 은 일상 속에서 우리가 발견하고 느꼈던 차와 닮은 순간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글, 이미지, 영상, 사진 무엇이든 좋아요. 이것도 차와 닮은 삶이지 않을까? 라는 작은 이야기를 던져보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